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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눈] 韓, 햄버거 불패 신조어 '맥세권', '벅세권'까지

[앵커의 눈] 韓, 햄버거 불패 신조어 '맥세권', '벅세권'까지
입력 2016-02-24 20:39 | 수정 2016-02-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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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주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정책보고서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햄버거 같은 정크푸드에 세금을 부과하라는 권고입니다.

    이를테면 '햄버거세' 정도 될까요?

    이걸 한번 보시죠.

    8천 킬로칼로리의 일명 '심장마비 버거'인데요.

    실제로 이 햄버거를 먹은 모델이 몇 달 만에 숨지면서, 해외 토픽이 되기도 했죠.

    세계보건기구가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규정한 '비만'의 주범으로 꼽히게 된 햄버거.

    이미 세금이 매겨지거나 퇴출 조치가 내려지고 있는 설탕과 탄산음료처럼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깁니다.

    ◀ 앵커 ▶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햄버거 광고 보시면 맛있겠다, 몸에 안 좋겠다, 어떤 생각 먼저 드십니까.

    먼저 햄버거 매장의 하루부터 들여다볼까요.

    나세웅 기자입니다.

    ◀ 리포터 ▶

    오전 8시, 급하게 아침을 때우려는 사람들로 햄버거 매장이 북적입니다.

    [이한나]
    "간편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제 혼자 먹기에 좀 어색하지도 않은 것 같고…."

    점심시간, 햄버거를 포장해 가는 차들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강창훈]
    (일주일에 몇 번이나 드세요?)
    "두세 번 정도…."

    [이정수]
    "저랑 아이랑 같이 자주 먹어요."

    집집마다 햄버거를 배달해 주고, 24시간 내내 불이 켜져 있는 곳.

    밤이 돼도 햄버거 매장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습니다.

    ◀ 앵커 ▶

    국내 햄버거 1호점은 1979년 롯데리아였습니다.

    88년, 맥도날드가 생겼을 때는 수백 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죠.

    비슷한 시기에 피자헛이 국내에 진출했고요.

    90년대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대표적인 외식 장소로 떠올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피자 역시 매출이 뚝 꺾였습니다.

    ◀ 앵커 ▶

    햄버거는 어떨까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부터 보면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실적이 신통치 않습니다.

    최근 10년 새 매출이 급감하면서 문 여는 매장보다 문 닫는 매장이 더 많아졌습니다.

    일본도 재작년부터 적자 행진입니다.

    웰빙 열풍, 이물질 파동 등 이유는 여러 가지겠죠.

    그런데 한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이른바 '빅3' 업체.

    10년 가까이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박영회 기자 설명을 들어보시죠.

    ◀ 리포터 ▶

    술 파는 맥도날드가 이틀 전 국내에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는 몇 곳이 있지만 아시아에선 첫 시도입니다.

    햄버거와 함께 맥주를 즐기는 젊은 직장인층을 겨냥했습니다.

    [오사와 요시쿠니]
    "오늘 이 가게가 여는 것을 일본에 있을 때 뉴스에서 보고 찾아왔습니다."

    [박진현]
    "간단하게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 잔 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최신 트렌드도 바로 반영됩니다.

    짬뽕 열풍에 편승한 신제품 이벤트에 첫날부터 길게 줄이 늘어섰습니다.

    [정성윤]
    "맛이 불맛도 나고 좀 이색적인 버거라서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정크푸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도 내놓습니다.

    이탈리아 자연산 치즈를 넣었다는 이 신제품은 일반 버거보다 비싼 가격에도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맥도날드는 제반비용이 늘었다면서 2주 전 가격을 인상했고, 버거킹과 롯데리아 역시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앵커 ▶

    한국에서 유독 잘 나가는 햄버거.

    누가 많이 먹는 걸까요?

    한 카드사의 1년치 데이터를 봤더니, 음식점 종류도, 숫자도 많은 강남역에서, 20대 남녀와 30대 남성이 점심시간에 가장 많이 찾는 음식점은 바로 햄버거 가게였습니다.

    여의도역에서도 20, 30대는 햄버거를 가장 많이 찾았고요.

    의외로 5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햄버거가 한식을 제쳤습니다.

    ◀ 앵커 ▶

    이유가 뭘까요?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점심시간이 1시간, 10명 중 2명은 1시간이 채 안 됩니다.

    점심 한 끼에 5천 원에서 6천 원 정도 쓰는 사람이 절반 정도입니다.

    햄버거 세트 하나면 시간도, 돈도 딱 들어맞죠.

    또 한 가지, 서울의 지도를 보시면 이른바 고급 수제버거 매장은 특정 지역에 절반 정도가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 1,2위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매장은 전 지역에 골고루 있습니다.

    접근성이 좋다는 거죠.

    이런 현실을 반영한 걸까요.

    '역세권' 대신 '맥세권', '벅세권', 이런 신조어까지 생겼습니다.

    조재영 기자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 드립니다.

    ◀ 리포터 ▶

    지하철 역 주변 지역을 뜻하는 역세권, 여기에 맥도날드 배달이 가능한 동네를 합쳐 만들어진 말이 이른바 맥세권입니다.

    20, 30대 젊은 층이 살 집이나 방을 고를 때 햄버거 배달 여부도 감안한다는 겁니다.

    [박은별]
    "맥딜리버리나 이런 거 안 오는 데는 맥세권 아니라고…."

    햄버거 체인점 여럿을 합친 '벅세권' 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정인영]
    "맥도날드가 사는 땅이 금방 땅값이 비싸진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무래도 맥세권이랑 벅세권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았나…."

    가족보다는 혼자가 늘고 맛과 질만큼이나 속도와 편리함이 중요해진 한 끼 식사.

    덕분에 햄버거 산업의 성장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신봉규/한국외식산업연구소 대표]
    "1인 가구 증가하고 그 다음에 맞벌이 부부 늘어나고, 또 노인 가구 늘어나고, 이런 전반적인 사회 현상과 더불어서 또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러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메뉴, 고급메뉴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 앵커 ▶

    오늘 나온 학생 건강검사 결과를 보니까 열 명 중 일곱 명이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는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맛에 익숙해져서 찾고 나이 들어선 돈과 시간 아끼느라 찾고.

    외식업계가 한국 햄버거 산업, 당분간 호황일 거라고 본다는데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게 더 씁쓸합니다.

    앵커의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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